화장실 밖에서 아이가 대변을 다 보기를 기다렸다가 “잠깐! 물 내리지 마. 아빠가 들어가서 볼게!”하고 외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정말 미안하지만 부모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렇게 해 달라는 것이다. 자녀가 대소변 문제를 겪고 있다면 나이에 관계 없이 화장실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부모가 알아야 한다
배변 일지를 적으면 큰 도움이 된다. 운동 일지를 적으면 동기 부여와 함께 운동을 빼먹지 않게 되듯이 배변 일지를 적으면 배변 습관을 보다 잘 알게 되고 프로그램에 따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종이나 컴퓨터에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대장 마사지나 투명의자 운동을 빼먹기 쉽고, 지난 주에 몇 번이나 대변을 보았는지, 어제 소변은 몇 번 보았는지 쉽게 잊어 버린다.
일지를 적으면 온 가족이 예정된 계획에 따라 포기하지 않고 치료를 받게 될 뿐 아니라 개선되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 힘이 덜 들고, 아프지 않으며 바지에 실수하는 횟수가 줄어든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다면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면서 더욱 열심히 치료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일지를 통해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부모는 자녀에게 대소변보는 일이 자연스럽고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해 주어야 한다. 우리 병원에서는 ‘몸 속의 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일’이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누면 필요할 때 화장실에 가는 일을 덜 두려워하게 된다. 어떤 부모들은 대소변에 대해 얘기하기를 쑥스럽게 생각한다. 물론 “오늘 대변 모양은 어땠니?”라고 묻는 것이 “오늘은 어떻게 지냈니?”라는 것보다 조금 불편하게 느껴질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해 자꾸 얘기하면 대소변보는 일을 부끄러워하고 참는 버릇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화장실에 가서 일을 잘 보고 나오면 모두가 기쁜 마음이 든다. 심지어 한 단계 한 단계 성공을 거둘 때마다 스티커나 작은 선물을 주어도 좋다.
위의 배변 일지를 인쇄해서 사용하면 편리하다. 처음에는 귀찮았지만 도움이 많이 되었다며 6개월간 일지를 쓴 가족도 있다. 대개는 6주 정도 작성하면 배변 패턴과 개선 상황을 알아보는 데 충분하다. 한 눈에 아이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으므로 의사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아래 배변 일지를 적을 때 몇 가지 유용한 팁을 정리해 보았다. 필요하다면 자세히 기록해도 좋다. ‘할머니 댁에서 대변을 보았음’‘오늘은 야채를 잘 먹었음’‘학교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음’등 그 날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적는 부모도 많다. 얼마든지 각자 상황에 맞출 수 있지만 다음 항목은 빠짐없이 기록하는 것이 좋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어린이 대소변 문제는 선천적으로 요도가 막혀서 생긴다고 믿었다. 많은 어린이들이 금속 막대를 이용하여 요도를 확장시키는 수술을 받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수개월 후에 재수술을 받기도 했다. 이제는 이러한 방법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이들은 대변이나 소변을 너무 오래 참고 화장실에서 골반 근육을 적절히 이완시키지 못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어릴 적 경험을 기억하며 자녀에게 똑같은 수술을 해달라는 부모들이 아직도 있다.
다행히 과학은 발전한다. 이제 우리는 완하제를 사용하고 시간에 맞춰 소변을 보게 하는 방법으로 만성적으로 참는 어린이들을 치료한다. 긴장된 골반 근육은 이번 장에서 설명한 물리치료 기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근육 이완법은 대소변 관련 문제를 치료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그 효과를 느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