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락스 (삼투성 완하제)

우리가 사용하는 삼투성 완하제는 얘기가 다르다. 역시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MiraLax 등 분말형 삼투성 완하제는 장 속으로 수분을 끌어들여 대변을 부드럽게 만든다. 식이섬유와 똑같은 원리지만, 심한 변비에 훨씬 효과적이다. 주성분인 PEG 3350(폴리에틸렌 글리콜)*은 장기간 사용해도 안전하며 습관성이 생기지 않는다. 특별한 맛이나 냄새가 없어 음료에 섞어 주면 어린이들도 잘 먹는다. 과량 사용하면 탈수를 일으킬 가능성이 약간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문제가 없다. 탈수가 생기기 훨씬 전부터 설사가 아주 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마이락스(MiraLax)는 반드시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야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처방전 없이도 구입할 수 있지만 정작 슈퍼마켓에는 없을 수도 있다. 어린이에게 PEG 3350을 사용하는 것이 아직 미국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뭐라고? ! 이 의사가 어떻게 된 것 아니야? 어린이에게 안전하다고 승인되지도 않은 약을 우리 애한테 먹이려고 하다니! 우리 큰 애에게 MiraLax를 쓰려고 했을 때 아내가 보인 반응이 정확히 그랬다. 진료실에서 부모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하는 말도 똑같다. 따라서 이 자리를 빌어 설명하고자 한다.

어린이에서 PEG 3350이 아직 FDA 승인을 받지 못한 이유는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100건 이상의 임상시험을 통해 어린이를 대상으로 PEG 3350을 연구했지만 해롭다는 결과는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연구가 엄격한 검증을 거치는 유명 의학잡지에 발표되었으며 PEG 3350의 장기 사용이 효과적이고 안전할 뿐 아니라 사실상 부작용이 전혀 없다는 것을 명백하게 입증하고 있다. 드물게 나타난 부작용으로는 잦은 방귀, 메슥거림, 경련성 복통과 구토 정도였다(내 환자 중에는 PEG 3350을 사용하고 구토를 했다는 아이는 아직 한 명도 없다). 미국 소아과학회에서 발표한 한 연구에서 PEG 3350은 18개월 미만의 어린이들에게 수개월간 사용해도 안전했으며 전신적으로 흡수되지 않았다. 혈액 속으로 흡수되지 않고 대변을 통해 몸에서 모두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장이란 본디 물질을 흡수하는 기관이므로 경구용 약물은 얼마나 많은 양이 흡수되어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하다. PEG 3350은 장 속에만 머물렀다가 대변을 통해 남김 없이 배설되므로 매우 안전하다. 더욱이 체내 전해질(나
트륨, 칼륨 등 세포와 장기가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인 물질들) 균형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  

MiraLax를 비롯한 PEG 3350 제제는 어린이 관련 주요 학회의 권장 약물이다. 미국 소화기학회에서는 어린이에게 PEG 3350이 ‘안전하고 습관성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으며 캐나다 가정의학회는 2세 미만에서도 PEG 3350이 ‘어린이 변비 치료에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내약성이 좋은 방법’이라고 규정했다. 우리 아이들도 2명이 MiraLax를 복용하고 있으며 북미 지역의 거의 모든 소아청소년과, 소아비뇨기과 및 소아소화기 전문의가 변비에 PEG 3350을 처방한다. 그래도 믿을 수 없다면 문제를 하나 풀어 보자. 소아소화기학 및 영양학회지Pediatric Journal of Gastroenterology and Nutrition의 권장 처방집에서 어린이 변비의 1차 치료로 권장한 약물은? 딩동댕! 바로 PEG 3350이다. 미국 소아과학회도 나중에 이 권장안을 승인한 바 있다. 그렇다면 왜 아직도 어린이에게 PEG 3350을 사용하는 것이 승인되지 않았을까? FDA 승인을 받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는 데 엄청난 돈이 들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아무리 많은 어린이 대상 연구를 수행해도 FDA 요구 조건에 맞게 설계하여 승인된 연구가 아니라면 시판 승인을 받는 데 사용할 수 없다. 이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PEG 3350은 처방이 필요 없이 쉽게 구입할 수 있으며 이미 전 세계 어린이들이 복용하고 있으므로 MiraLax의 제조사인 머크Merck & Co.에서는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어린이 대상 시판 허가를 받지 않는 것이다. 일단 FDA에서 어떤 약물을 어떠한 용도로든 승인해 주면 의사들은 그 약물을 합법적으로 다른 연령의 환자들에게 처방할 수 있다. ‘승인 범위 외off-label’ 사용이라는 이러한 처방은 의료계에서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방법이다. 놀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통계에 의하면 어린이 입원 환자의 약 80퍼센트가 승인 범위 외 처방을 받는다. 어린이에게 사용되는 약물 가운데 극히 일부만 정식 임상시험을 거치는 셈이다. PEG 3350 또한 이러한 약물 가운데 하나이므로 전혀 문제없이 환자들에게 처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MiraLax만을 권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의 직장을 비울 수 있다면 어떤 방법도 좋다. 내가 원하는 것은 직장을 비우는 것이다! 사실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관장이다. 한 달간 매일, 그 다음 달에는 이틀에 1번, 세 번째 달에는 일주일에 2번씩 관장을 할 수만 있다면 직장이 깨끗하게 비워지고 변비에 관련된 모든 방광 문제 또한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어린이들이 항문에 뭔가를 집어 넣는 일을 싫어한다는 점이다. 오리건 박사는 자신의 아들은 물론 어떤 환자도 불평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내 경험은 전혀 다르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특히 싫어한다. 더 어린 아이들과는 달리 이 연령대에서는 관장을 매우 불편하고 수치스러운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이 항문에 뭔가를 집어넣는다는 생각을 그리 유쾌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어쨌든 항문은 출구 아닌가!). 또한 가루를 물에 타 먹는 일에 비해 관장은 장기적으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어린이의 장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일은 하루 이틀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몇 달, 심지어 몇 년간 유지해야 하므로 삼투성 완하제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관장이나 PEG 3350 말고도 어린이용으로 많은 완하제가 나와있다. ‘아이의 장을 청소하는 다른 방법(78-79페이지)’에 이 약들을 정리했다.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어떤 아이들은 PEG 3350보다 락툴로오스라는 삼투성 완하제에 더 좋은 효과를 보인다. 락툴로오스는 달콤한 시럽 모양의 액체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한다. 그러나 내 경험으로는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PEG 3350이 가장 효과적이며 편리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