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소아과 의사들은 어린이들에게 완하제를 처방한다. 처음에는 고용량, 나중에는 저용량으로 수개월, 심지어 수년간 사용하기도 한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잠깐, 2살짜리한테 완하제를 줘도 괜찮을까? 습관성이 생기면 어쩌지? 그것은 어떤 종류의 완하제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완하제는 변비 치료에 매우 중요하다. 효과가 있고 문제를 빨리 해결해주며 안전하기 때문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사는 변비가 재발하는 것을 막아주지만 실천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며, 특히 지금까지 야채를 잘 먹지 않았던 경우 더욱 그렇다. 설사 아이에게 당근을 먹이고 식사와 간식을 잡곡밥이나 통밀빵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해도 장이 이런 식사에 적응하는 데는 적어도 몇 주가 걸린다. 더욱이 가장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들만 골라 먹여도 직장을 가득 채운 야구공만한 대변 덩어리를 배출시키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좋은 배변 습관을 들이기 위해 보채는 아이를 화장실로 데려가 하루에 2번씩, 5분간 변기에 앉혀 두는 것도 많은 노력(때로는 뇌물)이 필요할 뿐 아니라 당장 변비가 심한 아이의 장을 청소하는 데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어떤 부모들은 완하제가 ‘자연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어린 시절 내내 대장에 변이 가득 찬 상태로 지내는 것 또한 자연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자연적인 것과 진짜 거리가 먼 치료는 따로 있다. 수술로 대장에 튜브를 연결한 후 액체 완하제를 집어 넣어 변비를 치료하는 방법이다. 맹장조루술이라는 이 치료는 듣기에도 끔찍하지만 사실 수년간 심한 변비에 시달린 나머지 이 방법을 시도하는 어린이가 점점 늘고 있다. 자녀의 장을 비우는 것이 목표라면 대개 완하제가 가장 효과적이다. 어린이 소화기 전문의인 내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에게 완하제를 쓴다고 하면 겁부터 내지만 그러다 나중에 장에다 튜브를 연결하는 수술을 하게 되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어. 제때 관리 안 하고 내버려 두면 얼마나 큰 문제가 생기는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 그는 변비로 인해 대장이 영구적으로 손상된 아이들에게 100건 이상의 맹장조루술을 시행한 경험이 있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
으면 대장조루술을 시행하여 인공항문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우선 모든 완하제가 똑같은 것은 아니다. 자극성 완하제라는 약물은 해로우며 피하는 것이 좋다. 처방전 없이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이 약물은 장벽의 근육을 자극하여 장을 수축시킴으로써 대변을 보게 한다. 자극성 완하제는 장기간 고용량을 사용하면 습관성이 생기기 때문에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 사용해야 한다. 이미 수년간 직장이 늘어난 상태에 있었던 어린이라면 정상적인 장 운동을 회복할 때까지 수개월간 자극성 완하제가 필요할 수도 있다. 어린이 소화기 전문의는 이 약물을 사용하더라도 고용량을 장기간 투여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조절한다.